打捺文 土器

고구려식 ‘횡산리 백제 적석총’

吾心竹--오심죽-- 2010. 9. 3. 11:05

한반도 이남 적석총 중 규모 가장 커
고구려식 ‘횡산리 백제 적석총’ / 2009.10.19

의정부와 연천을 연결하는 3번 국도의 연천읍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78번 군도를 지나 옥계리에서 태풍전망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북서진해 민통선 통과 후 5km 정도 이동하면 임진강변의 평탄한 충적 대지에 구릉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바로 한반도 이남에서 발굴된 적석총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되는 횡산리 적석총이다.

기저부의 크기만 58m×28m에 이르고, 정상부 면적도 농구 코트 면적 420㎡(28×15m)보다 훨씬 큰 576㎡(48m×12m)다.

민통선 북쪽…군남 댐 건설로 수몰 위기

횡산리 적석총은 1990년대 초 이우형 국방문화재연구원 조사팀장이 발견한 이후 학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 규모뿐만 아니라 민통선 북쪽에 위치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분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횡산리 적석총은 북한의 황강 댐에 대한 대응 댐인 군남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지난 7월 6일부터 국방문화재연구원이 이 지역에 대해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 찾은 현장에서도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굴토·복토를 반복하면서 발굴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당초 조사 전 횡산리 적석총의 상부는 편평한 상태였고, 북쪽과 남쪽 사면에는 10~70년생 활엽수 10여 그루와 잡초들이 무성하게 서식하고 있었으며, 남쪽 말단부에는 근래의 민묘 2기가 있었다. 민묘는 조사 전 이장이 완료됐으나 남쪽의 일부가 부분적으로 교란된 상태였다.

횡산리 적석총에서 현재까지 출토된 유물은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 외에 타날문토기편·철겸(낫)·철촉·철모·철도자 등 철제품이 수습됐다.

현재 이곳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축조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나 고구려 건국(기원전 37년) 이후 유리왕(기원전 19년~기원후 18년)의 핍박을 피해 임진강변으로 내려와 정착한 초기 백제 세력의 무덤일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날 현장조사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기존 적석총 조사에서 출토된 적이 있는 옥류의 장신구류 2점이 추가로 출토됐다.

하지만 유물은 매장 주체부 내부에서 출토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적석총 가장자리와 사면에서 수습돼 매납 당시의 양상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조사에 참여한 서울대 최몽룡, 세종대 하문식 교수를 비롯해 이동희 순천대박물관 학예실장은 “횡산리 적석총은 중국 지린성 훈장(혼강·渾江) 유역과 압록강 지류인 동로강변에서 보이는 고구려 초기의 적석총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 “모래 언덕의 사면을 깎아 돌을 붙여 쌓은 형태가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함께 발굴에 나선 권순진 국방문화재연구원 조사팀장도 “원래의 구조가 그랬는지, 아니면 일부 개발에 의한 삭평 때문인지 돌이 쌓인 형태가 조밀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빗살무늬토기편·철모·철촉 등 수습

조상 대대로 이곳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6·25전쟁 이전까지 이 적석총의 정상부는 지금보다 허리높이 이상 더 남아 있었고, 적석총의 라인을 따라 긴 모래 언덕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횡산리 적석총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 국방문화재연구원은 최전방 지역 군부대 내 문화재 조사를 맡고 있으며, 올해에는 육군5군단 관할지역을 대상으로 문화재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마친 바 있다.

이 같은 연구조사에 대한 내용들은 연말께 책으로 만들어져 해당 군부대로 보내 문화재 관리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문화재 보존에 대한 전문가 자문 의견서를 포함해, 해당 군부대에 관할 내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재 국방문화재연구원장은 미군의 주둔부대 내 문화재 조사를 사례로 들며 “군부대 관할 내 문화재가 많이 산재해 있지만,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재)국방문화재연구원은 -유물·유적 전문 조사 연구 소중한 문화유산 보존·복원

(재)국방문화재연구원은 지표조사와 발굴조사 전문법인으로 문화유적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와 연구활동을 통해 학술연구서를 발간하고, 사라질 위험에 처한 소중한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 활용을 통해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이재(사진) 연구원장을 비롯한 뜻있는 전문인력들이 모여 설립한 기관이다.

연구원은 비무장지대나 군사보호구역의 국방유적 또는 이들 주변 지역에 대한 문화유적 조사를 통해 문화유산의 보존과 보호에 특별히 역점을 두고 있다. 국방문화유적 외에도 일반 문화유적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문화유산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하고자 설립됐다.

이재 연구원장은 육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할 당시인 1990년대 초부터 군사보호 지역의 문화유적에 관심을 갖고 조사해 왔으며, 퇴임 후에도 연구원들과 분단 역사의 생생한 숨결을 간직한 민통선 안팎의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역사기행에 나서는 등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연구원은 문화재청과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군 부대 주둔지 내 문화재 조사 사업’에 참여하며 군 부대 내에서 문화재 보호 방안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문화재 보호와 관리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재 연구원장은 “일반 건설공사의 구제 발굴도 중요하지만 전쟁사와 관련된 국방관련 유적이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국방유적이 문화재로 지정돼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이를 교육적·학술적으로 활용한다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라며 “문화재적 가치가 높고 논란의 여지가 적은 국방유적과 유물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것을 검토하되, 차츰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여진 기자   icequeen@dema.mil.kr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