慰禮城 地名由來

점봉산(點鳳山)의 원이름은 덤붕산

吾心竹--오심죽-- 2009. 8. 28. 15:49

점봉산(點鳳山)의 원이름은 덤붕산


- 산이름에 많은 덤과 둠은 '둥금(圓)'의 뜻 -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 배우리

 

061100 땅이름 기고 50매 땅기 조선일보 산 월간 산 백두대간 산23 조침령~한계령(점봉산)



  비슷한 음의 말들을 한데 모아 보면 그 말들이 한 뿌리에 근거한 것임을 짐작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 그런 말들의 친족 관계를 깊이 생각하다 보면 우리말이 옛날엔 지금과 같이 그리 많지 않은 낱말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음을 알게 한다.
  한 예로, 지금의 말의 '마루', '머리', '맏(宗)', '모리(모이. 뫼)'를 모아 놓고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말들이 뜻으로 보아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졌음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게 되고, 이들이 원래는 한 낱말에서 출발한 가까운 친족 관계의 낱말임을 알게 해 준다.


□ '덤', '둠', '줌'도 친척말
  '도막', '동아리(모임)'나 '덩이', '덩치' 들도 서로 친척 관계에 있는 말무리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형용사나 동사의 '둥글다', '덩그렇다', '동이다', '뒹굴다' 등의 말도 '둠'을 뿌리로 하는 가까운 친척말이다.
  묶어서 한 덩이로 만든 묶음이나 수효, 또는 사물과 사물을 잇는 마디, 언제서 언제까지의 동안 등을 나타내는 '동'도 '돔'이 그 원천일 것으로 보인다. '동안(間)'도 '돔'과 '안(內)'이 합쳐진 '돔안'이 변한 말로 보고 있다. 집 주위를 흙이나 돌로 쌓은 울타리를 '담'이라 하는데, 이것도 '돔', '둠'과 같은 말로, 둥글다는 뜻을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
  '둠', '듬'은 또 '뜸'이 되면서 '사이'의 뜻을 지니게 갖게 한 듯도 하다.
  -' 이 이십리 따히 이시니(離)' (사이가 이십리 땅에 벌어져 있으니) <박통사신역언해>(一,13)
  -'각(閣)애서  이 언메나 머뇨.(離閣有多少近遠)' (각에서 사이가 얼마나 멀지?) <노걸대언해>(上,43)
  '둠'은 '돔', '담'과 함께 쓴 말로, 이들은 원래 '둥금(圓)', '덩이' 등의 뜻을 지닌 말로 보인다.
  한라산을 '두무악(頭無岳)' 또는 '원산(圓山)'이라고도 했는데, 이는 산봉우리가 둥글어 나온 이름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라산도 '둠미(두무미)'인 것이다. 하자들은 제주도의 옛이름 '탐라'도 섬이 둥글기 때문에 나온 이름인 '담나(둠나)'가 원이름일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보면 또 다른 이름 '탐모라(耽毛羅)'의 '탐모'도 '두무(두모)'의 음과 너무 가까워 같은 뜻을 지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간다.
  '둠', '듬'은 '뜸'이 되어 마을에서 위치 개념의 집무리를 뜻하기도 해서 '위뜸', '아래' 같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둥지, 두멍, 둠벙, 둥구럭(圓籠) 등의 말도 둠이 그 바탕일 것이다.


□ '대둔'은 '크고 둥근'의 뜻
  충남 논산-금산과 전북 완주 사이(878m), 경기 연천과 개풍 사이(767m), 경북 영덕과 청송 사이(799m), 전남 해남 현산면과 북평면 사이(762m) 등에 있는 대둔산(大屯山.大芚山)도 둠 계통의 대표적 이름이다.
  갈재(蘆嶺)의 산줄기가 김제의 만경평야를 향하다가 운장산 못미처 금산 땅에서 서쪽으로 떨어져 나와 하나의 커다란 뫼무리를 이룬 완주의 대둔산은 마천대(摩天臺)를 정상으로 하고 사방으로 능선을 뻗쳐 기암괴석과 수목을 섞으며 수려한 산세를 펼쳐 '남한의 소금강(小金剛)'으로도 불린다.
  '대둔'에서의 '둔'은 '둠'이다. 이 '둠'은 '둥글다'의 뿌리말이니 둔산(屯山)은 '둠뫼'로 '둥근 산'의 뜻이 된다. 그러니, 대둔산(大屯山)은 '큰둠뫼(한둠뫼)'인 것이다.
  제주의 한라산(漢拏山)도 원래 '둠 뫼(頭無岳.頭毛岳)'(두무뫼). 이 역시 '둥근 산'의 뜻에서 나온 듯하다.
  -진산은 한라산이며 고을 남쪽에 있다. '두무악' 또는 '원산'이라고도 한다. (鎭山漢拏在州南, 一曰 頭無岳, 又云 圓山) <세종실록지지>(제주목)
  -또 '두무악'이라고도 하니, 이것은 봉마다 평평하기 때문이며, 또 '원산'이라고도 하는데…' ('一云 頭無岳 以峰峰皆也 一云 圓山) <동국여지승람>(한라산조)
  이수광(李 光)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도 한라산의 별칭 '원산(圓山)'을 봉우리의 꼭대기가 평평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적고 있다.
  탐라(耽羅)나 탐모라(耽毛羅)는 둠나라(圓地)의 뜻. 한라산이 원형(圓形)인 데다가 바다로 둥글게 둘러싸인 섬이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한다.
  '둠뫼', '두무뫼'의 뿌리말인 '둠'은 단순히 '둥글다'의 뜻만 아니라 '뭉침(團), 덩이(體), 둘림(周)' 등의 뜻을 포함한 말이기도 해서 더미(덤+이), 덩지(덤+지), 덩어리(덤+어리), 동아리(돔+아리. 같은 목적으로 한 패를 이룬 무리), 둥지, 둥우리(둠+우리:둥주리), 두멍(크고 둥근 가마), 도막, 동그라미, 두메, 뜸(한 동네 안에서 따로따로 몇 집씩이 모여 있는 구역), 담( ), 둠벙(溜水池), 동이다, 뒹굴다 등의 말을 낳았다. '둠'은 '두르다'의 명사형 '두름'이 줄어 된 말이기도 해서 둘레, 두름(물고기 엮음), 들러리, 돌리다, 구르다(두르다), 도로(反.復), 도리어(反하여) 등의 말들과도 서로 먼 친족 관계를 이루고 있다.
  '둠'(담)은 일본으로도 건너가 다마(タマ.玉.珠), 아다마(アタマ.頭), 다무로(タムロ.屯), 쓰부라(ツブラ.圓) 등의 말을 이루게도 했다.


□'둠뫼'가 두무산, 두모산으로
  '둔지미(屯山.芚山.屯芝山)'란 작은 산이 충남 예산 덕산면, 전북 완주 봉동읍, 대구 동구에 각각 있는데, 원래 '둠재'에 '뫼'가 덧들어가 '둠재뫼'로 되었다가 굳혀진 이름으로 보인다.
  -둠+재(山)=둠재
  -둠재+뫼=둠재뫼 > 둠지뫼 > 둔지미
  이 산 이름으로 해서 예산, 완주, 대구에 각각 둔리(屯里,) 둔산리(芚山里), 둔산동(屯山洞)이란 행정 지명이 생겼다. 대구에도 돈지봉(敦志峰)(131m)이라고 표기되는 둔지미가 있다.
  북제주군 구좌읍에는 둔지오름(屯地峰)(287m)이 있다.
  '둠'은 '두무', '두모', '두미'로 연철되어 두무악 외에도 많은 땅이름을 낳아 놓았가.
  -두무덕(斗武德) 함남 북청 가회면
  -두무산(斗霧山) 경남 거창-산청-합천 사이, 1,038m
  -두무산(杜武山) 황해도 곡산 1,186m
  -두모산(頭모山) 함남 안변 근처
  -두미산(頭尾山) 평북 안주 동면
  경기도 개풍의 덕물산(德勿山), 소백산줄기 덕유산 북서쪽 높이 1,051m의 두문산(斗文山), 강원도 통천의 두문령(杜門嶺)도 각각 '두물뫼', '둠뫼', '둠재'의 한자식 표기. '둠'은 '덤', '돔'으로도 되어 '도마', '도매', '도미'로 되면서, 강원도 화천과 경기도 가평 사이의 도마치(道馬峙), 평북 자성의 도매봉(桃梅峰), 선천의 도미라산(都彌羅山) 등의 이름을 만들었다.
  또, 덤은 더미로 되었다가 모음동화로 데미(대미)가 되기도 했다.
  -대미산(大美山) 강원도 평창 방림면, 충북 제천 덕산면, 전남 여수 돌산읍
  -대미산(大眉山) 충북 충주 살미면, 684m
  또, 대마, 대모로도 되어 충북 음성과 경북 봉화의 대마산(大馬)山, 인천 강화의 대모산(大母山)이란 이름을 낳았다.
  경남 거창의 흰대미산(흰독더미산.白磊山)과 마금대미(막은데미산), 경북 칠곡의 숲데미산(石積山), 경남 거창-전북 무주의 대마산(大馬山), 경북 경산-영천의 대마산(大馬山), 경주-영일의 두마니 등도 모두 둠(덤) 관계의 산이름들.
  데미는 태미, 퇴미로 되어 강화도에는 퇴미산(退眉山.退嵋山)으로 표기되는 태미가 있고, 같은 섬에 퇴(미退嵋), 퇴미재, 등의 이름도 깔리게 했다.
  퇴미산, 퇴밋재는 충남 청양과 전남 강진 옥천면 등에도 있다. 전남 신안 장산면, 황해 연백 유곡-도천면에 각각 있는 토미산(兎尾山), 경남 함양 안의면의 투무산( 舞山), 강원도 회양 상북면의 연토미(淵吐美)도 '퇴미'(더미)를 바탕으로 한 이름들이다.


□ '둠'지명은 옛 백제 땅에 많아
  -읍을 일러 '담로'라 하는데, 중국말의 군현과 같다. 그 나라에 22개의 담로가 있는데, 모두 아들이나 그 겨레붙이가 이를 맡아 다스리고 있다. (謂邑曰擔魯 如中國之言郡縣也 其國有二十二擔魯, 皆以子第宗族分據之) <양서-백제조>
  -송양왕이 나라를 들어 항복하여 왕은 그 땅을 '다물'이라 하고 고구려 말에 복구한 땅을 다물이라 말하는 까닭으로 이와 같이 이름한 것이다. (松讓以國來降, 以其地爲多勿都,麗語謂復舊土爲多勿.故以 名焉)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동명성왕 2년조)
  삼국사기엔 비류와 온조가 고구려 주몽의 아들이고, 열 신하와 더불어 남쪽으로 와 백제를 건국한 듯이 기록했으니, 이들이 가는 곳은 모두 '다물(多勿)'이 되는 셈이다. '다물'은 '담(둠)'에서 나온 말로 여겨지는데, 이것의 관련 지명이 황해도와 경기만 일대에 많이 깔려 있음은 매우 흥미롭다.
  산이름에서만도 앞에서 든 두물뫼(개풍), 태미(강화), 퇴미(강화), 토미(연백) 외에 다모뫼(大母山)(강화) 등이 있고, 섬이름에서도 두물섬(德勿島)>덕적도(德積島)'(경기도 옹진), 대물섬(大阜島)(옹진), 떼무리(舞島. 옹진), 두문섬(注文島. 옹진), 대미섬(大梅島)'(황해도 은율) 등이 있다. 인천의 옛 이름 제물포(濟物浦)도 데물(데물개)에서 나온 이름으로 보고 있다.
  또, 두무(杜門洞)(개풍 광덕면), 두뭇개(斗武浦)(옹진군 용전면)란 마을 이름도 있다. 황해도는 두무(杜茂.杜霧)라는 지명이 서흥, 곡산, 평산에 있다.
  삼국시대의 '둠' 계통 지명은 황해와 경기 일원에 특히 많은데, 둠나골(冬音奈忽)(강화 일부), 돔골(冬忽)(황주), 둠골(冬音忽)'(연백), 두물골(德勿縣)(개풍 일부), 두밋골(冬比忽)(개성) 등을 들 수 있다. 삼국 정립 이전의 황해도 이름 대방(帶方)도 '대모'의 표기로, 역시 둠 계통의 지명으로 보고 있다. 철원의 고구려 때 지명은 모을동비(毛乙冬非)로 '털두미'로 유추되는데, '나무가 많은 산'의 뜻으로 붙여진 듯하며, 털두미가 철두미로 되었다가 한자의 철원(鐵圓-鐵原)으로 되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두잉지(豆仍只)(충남 연기), 두내산(豆乃山)(전북 김제 만경), 동음(冬音)(전남 강진 일부), 도무(道武)(해남 일부), 두부지(豆夫只)(화순 동복면), 둔지(遁支)(순천 일부) 등은 각각 등재, 둔매, 둠골, 두무, 둠재, 둔재' 유추되고 있다.
경남 하동의 삼국시대 지명은 한다사(韓多沙)로 한다몰일 것이고, 그 영현의 소다사(小多沙)는 앗아몰일 것이다.


□ 지금의 '둠' 무리의 땅이름들
  경남 거창군 남상면의 둔동리(屯洞里)는 원래 '둠골(둥골)'로서 양쪽으로 산이 막혀 붙은 이름이다. 근처에 붕더미골, 수앵더미, 둠텅이 등의 골짜기, 고개 이름들이 있다. 충남 논산 가야곡면의 등리(登里,) 충북 청원 부용면의 등곡리(登谷里), 문의면의 등동리(登洞里)도 등골(둥골)이다.
  둠이 두무, 두메로 연철된 지명 또한 적지 않다. 두무실은 충북 제천 봉양면 삼거리의 두무곡(杜舞谷), 청원 문의면과 경남 합천 삼가면에 각각 있는 두모리(斗毛里), 평북 선천의 두무곡(杜茂谷)의 본래 지명이고, 두뭇골, 두멧골은 강원도 인제 남면의 두무리(斗無里), 경기도 연천 백학면의 두매리(杜梅里) 등의 본래 지명이다.
  대전시 유성구 둔곡동에는 두니실(屯谷)이 있다.
  두뭇개, 두못개, 둠개는 전남 보성 벌교읍 호동리의 두모포(斗毛浦), 해남 현산면 백포리의 두모리(斗毛里), 경기도 옹진 용전면 포산내리와 함남 영흥의 두무포(斗武浦), 경기도 옹진 백령면 연화리의 두무진(頭武津), 강원도 평강의 두모포(頭毛浦), 충남 아산 둔포면 등의 본래 지명이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두뭇개(豆毛浦)는 두 물이 합쳐 두물개이던 것이 변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역시 둠 계통의 지명일 듯하다. 경남 장승포시와 제주시 한경면에는 각각 두모(杜母), 뒤미(頭毛)가 있다. 강원도 강릉 왕산면, 경남 남해 고현면의 도마리(都麻里.都馬里)도 본래 '도마'라고만 불리던 곳이다. 경기도 광주 퇴촌면에도 도마(道馬)가 있는데, 근처에 도마치(고개)가 있다. 대전시 중구의 도마동(桃馬洞) 근처에는 도마달(189m)이란 작은 산이 있다. 황해도 재령군에도 도마동(刀馬洞)이 있다. 충남 논산군 두마면(豆磨面), 경북 영일군 죽장면 두마리(斗馬里)는 두마, 두들마라는 토박이 지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강원도 영월 상동읍 직동리의 두무동(斗武洞), 경기도 연천 백학면의 두매리(杜梅里)는 두멧골이고, 충남 공주 의당면과 연기 금남면의 두만리(斗滿里)는 두메안이다.
  강원도 홍천 서면의 감물악산 밑의 두미리(斗尾里)는 두메이며, 경남 통영 욕지면의 섬인 두미(斗尾), 경기도 가평 두밀리(杜密里)는 각각 두미, 두밀이다
  강화 불은면 두운리의 두두미(斗頭尾.頭道美)는 두 개의 산이 있어 두둠이라 했던 것이다. 강화도에는 두무들(양도면 건평리), 도마드리(조산리), 동지들(둠지들:삼흥리), 두멍안(화도면 상방리), 두맷섬'(양사면 북성리), 돈지미(하점면 삼가리), 더무랫골'(망월리), 대문(大門) 등 둠 계통의 지명이 무척 많다.
  경기도 개풍 광덕산(光德山) 서쪽 산골에 두문동(杜門洞)이란 곳이 있는데, 조선 태조의 건국을 반대한 고려 유신 72인이 불에 타 죽은 곳이라고 전해 오고 있다. 또, 강화 내가면 황청리의 수탯골 북쪽에도 같은 지명이 있는데, 고려 때 벼슬하던 선비들이 조선 태조의 건국을 반대하여 이 곳에 와 숨어살았다고 한다. 집 속에만 들어 있어서 세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뜻의 두문불출(杜門不出)이란 말이 있어서인지, 문(杜門)이란 지명은 위와 같은 전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강원도 철원, 경북 영일 죽장면 봉계리에도 각각 두문豆(聞洞.杜門里)이 있는데, 이것은 두뭇골, 두문골(두문이)의 한자식 표기이다.
  전북 임실 임실읍, 경기도 파주 광탄면, 경남 합천 가회면 둔내리의 두만리(斗滿里), 두만동(斗萬洞)은 모두 '두만'이 원래 지명이다.  두만은 둠안(山內)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소련의 국경 지역 두만강(豆滿江)은 둠계 지명이 아닐 것이다. 여진족의 말로 '두만(豆滿')은 만(萬)을 뜻하는데, 이 강이 여러 줄기의 물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것을 뜻하여 붙여진 지명으로 보인다. 이것은 또 도문(徒門), 토문(土門), 통문(統門) 등으로 표기되기도 하는데 몽고말의 투맨이 만(滿)을 뜻하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이 강 중류에 있는 회령(會寧)이라는 이름도 여러 골의 물이 모인다는 뜻이다.
  충남 당진 송산면의 도문리(道門里)와 강원도 속초 도문동(道門洞)의 원래 이름은 도문골이다. 속초의 도문동에는 원효, 의상 두 대사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어느 날 두 대사가 신선의 안내를 받아 설악산쪽으로 가는데, 양양 강선면 강선리에 이르자 갑자기 숲 속에서 맑고 우아한 곡(曲)이 들리며 무상무아(無常無我)의법을 아뢰는 듯하더라고 한다. 원효, 의상 두 대사는 법장(法杖을) 멈추고 서서 이를 듣다가 홀연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와 같이 도통의 문이 열렸다고 해서 도문(道門)이란 지명을 얻었다.-
  이 동네 근처에 상도문(上道門), 하도문(下道門)이 있다.
  다사강(多沙江)은 섬진강의 다른 이름인데, 하류 하동(河東)의 신라 때 이름 다사(韓多沙.小多沙)를 취한 것이다. 다사(多沙)는 다몰(담물)이며, 이것은 골짜기의 물을 뜻하는 듯하다. 다몰의 '몰'은 '모래'가 되어 한자의 사(沙)가 취해진 것이다. 섬진강의 또 다른 이름인 기문하(基汶河)도 담물을 표기한 것이다.
  담물 < 탐물 < 텀물 = 터+口+물 → 基(터)+口(汶)+물(河)
  둠 계통의 하천 지명에는 충남 서천 시초면을 지나는 도마내(度馬川), 대동강의 남쪽 지류인 두무내(杜霧江), 전남 장흥과 강진의 탐나리(耽津江) 등이 있다.
  둠은 덩어리를 나타내기도 해서 고을이나 마을의 한 부분을 나타낼 때 접미사처럼 쓰이기도 했다. 둠이 접미사 구실을 할 때는 그 앞소리의 영향으로 보통 뚬(뜸)이 되었다. 그래서, 웃뜸, 아래뜸, 새뜸, 양달뜸 같은, 지명답지 않은 지명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뜸 지명은 남부지방, 특히 충청, 전라 지방에 많이 치우쳐 분포되어 있다.
  충남 공주 유구면의 구계리, 정안면의 내촌리, 논산 양촌면의 도평리, 성동면의 원북리 등에 양지뜸, 음달뜸, 중학뜸, 새뜸 등이 있다.
  둠은 담, 단으로도 되어 충남 금산 군북면 내부리에는 새땀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같은 군 북면 두두리에는 양지땀, 음지땀,주막땀, 학교땀이 나왔다. 또한 제천 수당리에는 건내땀, 건담, 사담 등이 나왔다.
  대미와 두미는 '더미'에서 나온 땅이름이다.
  대미는 한자로는 대개 대미(大美)로 표기되는데, 대미를 '대竹의 산'으로 보고 죽산(竹山)으로 표기한 곳도 적지 않다. 더미는 한자로 '도미'로 표기되는 예는 별로 없고, 대미 외에 두미(頭尾.頭美), 다미(多美) 등으로 되는 수가 있다.


□ 덤붕은 한자로 점봉이 되고
  백두대간에는 둠 계통의 산이름이 많지 않다. 이것은 백두대간에 걸친 산들 중에는 꼭대기가 평탄하거나 둥그스럼한 산이 많지 않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강원도 인제 기림면 지동리, 인제읍 귀둔리와 양양 서면 오가리 경계에는 덤붕산이라고 불리는 산이 있다.
  한계령(寒溪嶺) 남쪽 줄기에 위치한 이 산은 높이 1,424m.로, 설악산 대청봉과 남북으로 마주보며 설악산 국립공원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 산은 조선시대에 산골짜기에서 어떤 사람이 몰래 엽전을 만들다가 들켰다고 하는데, 지금도 이 근처에서는 꽹과리 소리를 가리켜 "덤붕산 돈 닷 돈, 덤붕산 돈 닷 돈" 한다고 한다.
  이 산을 한자로는 점봉산(點峰山)이라고 하지만, 원래 둠 계통의 산이름인 덤붕이다. 아마도 다른 산에 비해 그리 험하지 않고 산머리가 둥글게 보여 이런 이름이 나왔으리라고 본다. 즉, 점봉산은 둥금(圓)의 뜻인 둠을 취했음을 그 산세를 보아서도 잘 알 수 있다는 이야기. 그래선인지 덤붕산이나 둠붕산이란 이름이 그 산모습에 아주 잘 어울린다. 누군가는 말했다. "설악이 화려한 재주와 마력을 두루 갖춘 대부쯤 된다고 보면 점봉은 속 싶고 온화한 여인의 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굳이 국어 학자가 아니라도 덤붕산이 한자로 점봉산으로 소리옮김되었을 것이라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덤+붕(蜂) = 덤붕 > 점붕(+산) → 점봉산
  ㄷ의 음은 ㅈ으로 잘 변한다. 말에서뿐만 아니라 지명에서도 마찬가지. 대개 구개음화(口蓋音化)에 의한 것.
덤붕산의 남서쪽 비탈 기슭에 있는 마을인 인제읍 귀둔리 역시 둠 계열의 이름이다. 그 서쪽 하추리의 더디밋재 역시 같은 계열의 땅이름이다.
  더+둠(이)+재=더둠잇재>더두밋재>더디밋재.
국토지리정보원 발행의 5만분의 1 지도에는 이 곳의 마을 이름을 '더뒤미'로 표기해 놓고 있다. 마을 서쪽으로 내린천(內麟川)이 크게 곡류하는데, 냇줄기 방향에서 보아도 마을 뒤의 산마루가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둥그스럼하게 보인다. 더디미(더뒤미)는 둠(둥근 산) 옆으로 냇줄기가 돌아흘러 '돌둠이'이었던 것이 변한 이름으로 보인다.  /// 글. 배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