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古學

`한성백제 발굴`국책사업으로

吾心竹--오심죽-- 2009. 3. 28. 19:40
문화일보

<취재수첩>`한성백제 발굴`국책사업으로

 

 

정초부터 문화일보에 소개되기 시작한 경기도 하남시 고골 일대

능너머고분 ‘백제 첫 수도 한성백제 왕릉 단서 포착’ 보도와

후속 기획시리즈가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재연구

소측은 고분주변 유적지에 대한 대대적인 정밀조사를 계획중이고

, 중견 고고학자들 역시 학계 비주류인 백제문화연구회의 연구성

과에 큰 관심을 표명해오고 있라고 한다.

반면 우려스러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화재청은 형체조차

찾기힘든 능너머고분이 단순한 구릉일뿐이라고 속단하기까지 한

다. 1500년 이상 지탱해온 고분이 신라 왕릉처럼 진짜 능으로 보

였으면 지금까지 도굴당하지 않고 보호할 능력이 과연 정부 당국

에 있었을까. 문화재청과 하남시는 고골일대 백제유적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또 보존 청사진은 세워놓고 있는지 묻

고 싶다.

더 한심한 일은 능너머 고분군 인근에 있는 이성산성을 놓고도

학계는 백제성인지 신라성인지를 두고 옥신각신할 뿐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86년부터 10차례 발굴작업이 진행돼온 이성산성에

대해 한 원로 고고학자가 17년동안 성의 축조연대도 밝히지 못한

발굴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보고서를 내던지는 촌극이 벌어지

기도 했다. 고골을 둘러싼 사방 산성의 모양새, 평지에서도 삼족(

三足)토기등 백제유물이 쏟아지고 있는 점, 아직 학계에 정식 보

고되지 않았지만 한반도 남쪽지역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무덤·

성문 문설주 등 고골 일대를 백제한성 도읍지로 판단할만한 증거

들이 최근 2∼3년새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잃어버린 왕국의 원형을 복원하는 일은 동아시아 역사를 다시 쓰

고 민족 자긍심을 높이는 대역사다. 그 본격적인 첫삽을 뜨는 능

너머고분 발굴작업에 무녕왕릉 발굴때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

도록 정부가 전면에 나서고 하남문화재보호특별법을 국회가 제정

할 것을 제안한다. 문화관광부가 새정부 출범 첫해인 올해 한성

백제 발굴은 우리 시대의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