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횡혈묘, 주인공은 왜인 아닌 백제인인 듯>
(공주=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전형적인 일본식 무덤으로 꼽히던 횡혈묘(橫穴墓) 15기가 확인된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단지리 유적 조사설명회가 개최된 26일 오후 발굴 현장.
오후 내내 폭우가 쏟아지고 기온까지 뚝 떨어진 데다 발굴장은 온통 진흙으로 질퍽거렸으나 고고학자와 취재진을 비롯해 200명 정도나 되는 사람들이 현장을 찾아 이번에 새로 발견된 유적에 대한 높은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했다.
이날 현장 설명회에서는 악천후 때문에 유물을 제외한 유적으로는 임시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횡혈묘 1기만 공개되는데 그쳤다. 주된 관심은 이번 공주 횡혈묘와 일본열도의 그것이 과연 어떤 관계일까 하는 데에 모아졌다.
횡혈묘란 언덕이나 암반을 마치 두더지 굴처럼 파고 들어간 다음 지하에 무덤방을 만들어 시신을 안치한 무덤 양식인데 지금까지는 일본에서만, 그것도 규슈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수만 기가 확인되었다. 출현 시기는 대체로 5세기 말 이후로 보고되어 있다.
그 기원에 대해서는 일본 열도 자체 발생설이 우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웃 한반도나 중국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이런 무덤 양식이 도대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공주 단지리에서 이런 횡혈묘가 한두 기가 아니라 15기가 무리를 이룬 채 확인된 사실에 학계가 주목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일본 자체 발생설이 압도적이던 횡혈묘의 기원을 한반도에서 구할 수도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우선 형식이 같은 공주와 일본지역 횡혈묘 중 어느 곳이 시기적으로 빠른 지가 정해져야 한다.
이에 대해 이날 현장 설명회 참여 고고학자 어느 누구도 단언을 내리지 못했다.
무덤 축조연대를 확실히 알려주는 문자자료 등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연대 추정 방법이 출토유물, 그 중에서도 특히 유행에 민감하다는 토기를 보아 판단하는 것인데 이번 공주 출토 백제 토기에 대해 어떤 이는 5세기 후반 제작품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6세기 중반을 올라가기 힘들다는 견해도 있었다.
조사단장인 충청문화재연구원 박순발 원장은 이들 공주 횡혈묘가 “가장 빠른 시기의 일본 횡혈묘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속하거나, 조금 빠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궁금증을 증폭케 한 대목은 기원이 어디에 있건 횡혈묘가 일본에서는 일대 유행을 겪은 무덤 양식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이상, 혹시 이번 공주지역 횡혈묘 주인공들이 혹시 왜인(倭人)일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마침 일본 고분시대 토기 전공인 가시하라고고연구소 기노시타 와타루(木下亘.48) 총괄연구원이 참여했는데 그는 “일부 제작 기법에서 일본의 (고분시대 토기인) 스에키(須惠器)와 통하는 점이 없지는 않으나, 현지에서 만든 백제토기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볼 때 이번 공주 단지리 횡혈묘는 지금 시점에서는 백제 자체적으로 조성한 백제인들을 위한 무덤이라고 보아야 할 듯 싶다.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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