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최초 부엽(敷葉) 공법 설봉산성서 확인
성벽 보강 위해 파일 박고 식물류 뻘층 조성
(이천=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서울 풍납토성과 부여 나성(羅城), 김제 벽골제와 같은 백제 성곽이나 저수지에서 확인된 부엽(敷葉) 공법이 산성(山城)을 쌓는데도 적용되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고고학 자료가 경기 이천시 사음동 산 24번지 일대에 소재한 삼국시대 고대성곽인 경기 이천시 설봉산성에서 확인됐다.
부엽 공법이란 중국에서는 산초법(山草法)이라 하는 성벽 혹은 제방 축조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연약 지반에 시도된다고 알려져 있다. 갈대와 같은 초본류나 나뭇가지, 삼나무 껍질 등을 깔아(敷) 제방이나 성벽을 단단히 하는 공법이다.
설봉산성을 연차 발굴하는 단국대매장문화재연구소(소장 박경식)는 산성 구역 중에서도 해발이 가장 낮은 북동쪽 계곡 일대 성벽과 그 주변에 대한 올해 제5차 조사 결과 성벽 바로 안쪽에서 부역 공법이 시도됐음을 확인했다고 26일 말했다.
조사 결과 이 같은 공법은 계곡을 가로지른 성벽이 산 위에서 쓸려 내리는 물이나 토압(土壓) 등에 의해 붕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산성 축조자들은 동서 폭 약 9-10m, 남북 폭 30m 이상 되는 두터운 뻘층을 계곡을 가로지른 성벽 바로 안쪽에 조성했음이 밝혀졌다.
뻘층에서는 일종의 `파일'로 생각되는 대규모 나무기둥 12개가 4열을 지어, 일정간격으로 수직으로 박힌 채 확인됐다. 이들 목재는 통나무를 이용했으며 지름은 26-30㎝ 안팎이었다. 길이는 현존 유물 기준으로 2m 가량이었다.
기둥이 배치된 간격은 성벽 안쪽에서 가까운 곳을 시작점으로 삼을 때 제1-3열은 3-3.3m, 제4열에서는 2m 간격으로 박혀 있었다. 기둥을 설치 하기 위해 그 바닥에는 지름 80-120㎝, 두께 30-40㎝ 가량 되는 자갈층을 깔았다.
식물류나 나뭇가지 등을 두텁게 깐 부엽층은 기둥 밑부분이 닿는 뻘 층위에서 1차로 확인되고, 그 아래쪽으로 내려간 층위에서도 또 하나가 드러났다.
서영일 책임조사원은 "부엽 공법은 흔히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기원해 한반도를 거쳐 일본 열도로 전파되었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4세기 이전에 조성됐음이 분명한 풍납토성과 벽골제에서 백제가 부엽 공법을 활용했음이 밝혀져 있는 이상, 이번 조사는 산성에서도 그런 공법이 시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 조사원은 "설성산성 기존 조사에서 성벽 내부에서 확인된 목탄층은 그동안 점토층을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한 공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으나 이번 조사 결과 부엽층이 완전히 탄화된 흔적일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이런 양식은 서울 몽촌토성, 안성 죽주산성 등지의 백제산성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임진강변에 인접한 경기 연천 호로고루성의 경우, 고구려계 유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으로 차지하고 있으나, 성벽 중심 토루 아래층에서는 이와 같은 목탄층이 뚜렷이 확인됐으며, 더구나 이 층위에서는 백제 토기류가 출토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설봉산성 조사 성과와 1999년 풍납토성 동쪽 성벽 발굴 성과 등을 종합할 때, 몽촌토성의 경우 1980년대 발굴성과를 토대로 목책(木柵)이 있었다고 하면서 그것을 복원해 놓고 있으나, 목책이 아니라 성벽 보강을 위한 일종의 `파일'이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있음>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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