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판 달항아리 시유도기 복원 한창
기사입력 2009-03-03 07:00 최종수정 2009-03-03 08:58
풍납토성 시유도기 복원 한창 (오산=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조사단인 한신대박물관에서는 이곳 196호 유구 출토품인 시유도기(施釉陶器)를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33개체분이 출토됐으며 이 중 12점이 완형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 문화부 기사참조 >> 2009.3.3 |
한신대박물관 33개체 중 12점 복구
(오산=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한신대박물관은 셋방 신세다. 별도 건물을 갖추지 못한 까닭에 학교 중앙도서관 한쪽 편을 빌려 더부살이를 한다.
고고학 발굴조사를 통해 보유한 유물이 국내 어느 대학박물관보다 많지만, 그들은 언제나 도서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6일 도서관 2층 열람 구역을 지나 그 한쪽 공간을 차지한 박물관에 들렀을 때만 해도, 박물관은 이사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풍납토성 시유도기 복원 한창 (오산=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조사단인 한신대박물관에서는 이곳 196호 유구 출토품인 시유도기(施釉陶器)를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33개체분이 출토됐으며 이 중 12점이 완형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를 만나 유약의 박락이 심하다. << 문화부 기사참조 >> |
사학과 권오영 교수는 유물 수장고를 가득 채운 풍납토성 출토 유물들을 가리키면서 "내일까지 방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 열람실을 임시로 빌려 써왔는데 도서관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눈대중으로 200평 이상 될 것 같은 유물 수장고 이곳저곳에서는 이 대학 사학과 학생 10명 정도가 열심히 유물을 복원하는 중이었다.
그 한쪽 편에는 흡사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풍납토성 출토 '시유도기(施釉陶器)' 10점가량이 열을 지어 놓여 있었고, 마스크를 낀 여학생 한 명이 분주히 조각을 맞추고 '땜질'을 했다.
시유도기란 글자 그대로 유약을 바른 도기라는 의미로, 백제가 중국 남조(南朝)에서 수입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모양은 요즘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독을 닮긴 했으나, 그보다는 훨씬 연약한 편이고 어깨 쪽이 아래쪽에 비해 넓다.
시유도기 중 일부에는 전문도기(錢文陶器)라 해서 동전 무늬를 넣은 것이 있다.
풍납토성 시유도기 복원 한창 (오산=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조사단인 한신대박물관에서는 이곳 196호 유구 출토품인 시유도기(施釉陶器)를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33개체분이 출토됐으며 이 중 12점이 완형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권오영 교수가 시유도기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 문화부 기사참조 >> 2009.3.3 |
전문도기를 포함한 이런 시유도기는 한신대박물관이 1999-2000년 풍납토성 경당지구를 조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근 몽촌토성 같은 데서 파편 형태로만 출토될 뿐이었다.
하지만 경당지구가 발굴되면서 "현재까지 33개체에 이르는 숫자가 발굴됐으며, 그 중 12개체는 완형 복원이 가능하다"고 권 교수는 밝혔다.
한신대박물관은 경당지구 재조사 전까지 모두 6개체 이르는 시유도기를 복원했다가 최근 그것을 다시 완전 해체했다.
권 교수는 "이들 시유도기는 모두 창고 건물로 추정하는 경당지구 196호 유구(遺構) 출토품이며, 작년 재조사 결과 이전에 미처 수집하지 못한 파편과 다른 시유도기를 발굴함으로써 이전 복원품을 다시 뜯어 새로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각들을 끼워 맞추고, 그런 조각을 찾을 수 없는 부분은 땜질할 수밖에 없는 고된 복원 작업은 지금은 모두가 학생들 차지가 되어 있다.
정리 중인 풍납토성 토기들 (오산=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조사단인 한신대박물관에서는 토기를 비롯한 출토유물들을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뒤편으로 복원 중인 시유도기가 보이며 앞쪽 박스에 담긴 토기는 206호 우물 출토품이다. << 문화부 기사참조 >> 2009.3.3 |
한때 풍납토성 출토 유물 처리 과정에서 이 분야 숙련공으로 변모한 중년 여성들로 구성된 '토기복원전문가' 5명 정도가 있었으나, 권 교수는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기를 잃었는지, 모두 떠나가고 없다"고 파안대소하기도 했다.
워낙 진행 속도가 더딘 까닭에 이 시유도기들의 복원이 언제 완료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완성되면 "물건이 될 것"이라고 권 교수는 자신했다.
조선 백자 달항아리 부럽지 않은 한성백제, 혹은 풍납토성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유도기들에서 유약은 곳에 따라 원래 모습을 유지한 곳도 있지만 대체로 박락(剝落.벗겨짐)이 심하다. 그 원인으로 권 교수는 화재를 지목했다. 불을 만나 유약이 심하게 손상됐을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시유도기는 덩치가 워낙 큰 데다 구조상 깨지기 쉽다는 점에서 선박을 이용해 중국에서 수입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물품이며, 그렇기에 백제의 자체 생산품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보고있다. 하지만, 권 교수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풍납토성 시유도기 복원 한창 (오산=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조사단인 한신대박물관에서는 이곳 196호 유구 출토품인 시유도기(施釉陶器)를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33개체분이 출토됐으며 이 중 12점이 완형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를 만나 유약의 박락이 심하지만 일부에서는 전문(錢文.동전무늬)이 뚜렷하다. 이런 시유도기를 전문도기(錢文陶器)라 한다. << 문화부 기사참조 >> 2009.3.3 |
유물 수장고는 비단 시유도기뿐만 아니라 다른 풍납토성 출토 토기류로 빼곡했다. 이 중에는 지난해 경당지구 백제시대 우물에서 수거한 토기 215점도 포함돼 있었다.
권 교수는 1999-2000년 무렵 경당지구 발굴 때만 해도 "풍납토성을 주제로 하는 박사학위 논문만 5편 이상 나올 것이며, 나 자신만 해도 평생 연구할 거리는 마련했다"고 자부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생각은 어떨까?
"당시만 해도 발굴 보고서는 5권이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으나, 발굴성과의 5분의 1도 채 공개하지 못한 현재 시점에 이미 그 수량을 채웠습니다. 연구할 주제는 무궁무진하고, 저 개인으로서도 풍납토성 발굴이 제 학문 인생을 바꾼 것은 맞습니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유물 보존처리와 보고서 발간에 소요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습니다"
통상 이들 비용은 발굴비에 포함되기 마련이지만, 풍납토성만큼은 이에서 예외였다. 1999-2000년 조사에서는 발굴현장이 보존되는 바람에 이에 분노한 아파트 재건축조합 측에서 이 비용을 받지 못했으며, 지난해 경당지구 재조사는 비록 서울시가 자금을 대기는 했으나, 그 예산은 이미 조사과정에서 바닥이 났다.
풍납토성 시유도기 복원 한창 (오산=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조사단인 한신대박물관에서는 이곳 196호 유구 출토품인 시유도기(施釉陶器)를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33개체분이 출토됐으며 이 중 12점이 완형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를 만나 유약의 박락이 심하다. << 문화부 기사참조 >> 2009.3.3 |
그럼에도 권 교수는 한창 제 모습을 찾아가는 시유도기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시유도기가 백제판 달항아리로 우뚝 설 그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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