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古學

풍납성...장독과 시루가 증언하는 백제

吾心竹--오심죽-- 2009. 1. 7. 16:26

<키 84㎝ 장독과 47㎝ 시루가 증언하는 백제>

2007년 12월 04일 (화) 06:43   연합뉴스

▲ 백제의 종묘
▲ 풍납토성의 대형 '장독'
▲ 백제의 대형 시루
한신대박물관 '한신고고학발굴 16년' 도록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한신대박물관은 한신대라는 특정 대학의 부속기관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대학박물관이 그렇듯이 이 박물관 역시 출발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만우관이라는 대학 건물의 방 하나를 빌려 개관한 때가 1991년. 그 이듬해 한신대박물관은 국립광주박물관이 주도하는 무등산 금곡동 제철유적 발굴에 참가하면서 이름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던 한신대박물관이 1998년 이후에는 한국고고학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게 된다. 서울 송파동 소재 초기 백제 중요 유적지인 풍납토성 일대 발굴에 뛰어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1999년 이후 이듬해 초까지 진행한 풍납토성 내부 경당지구 발굴조사는 한국고고학의 20세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건으로 꼽힌다.

1천여 점에 달하는 기와, 중요한 창고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열쇠, 장신구 일종인 유리를 제작하던 거푸집처럼 일반 취락에서는 나올 수 없는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되었는가 하면, 종묘(宗廟)와 같은 대규모 제사건물터가 위용을 드러내면서 풍납토성이 이미 오래 전에 그 터를 잃어버린 백제 초기 수도 도읍 하남위례성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 중 길이 9.6m, 폭 7.1m 가량 되는 평면 마름모꼴인 '101호 유구'라는 경당지구 유적에서는 다량의 토기와 말ㆍ멧돼지ㆍ소ㆍ사슴ㆍ곰 등의 동물뼈, 고대 중국 동전인 오수전(五銖錢), '直'(직)이라는 글자를 새긴 전돌(벽돌) 등과 함께 높이 84㎝, 입지름 73.8㎝에 이르는 초대형 '장독'인 대옹(大饔)이 발굴되기도 했다.

어깨 부근을 둘러가며 톱니바퀴를 닮은 거치문(鉅齒文)을 한 줄로 넣은 이 대옹은 나팔처럼 아가리를 바깥으로 벌린 모습이다.

한성도읍기 백제시대의 이런 대옹은 최근 들어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1년 경기도박물관이 조사한 경기 포천 자작리 유적 중 길이 23.6m, 폭 13.2m에 이르는 평면 凸자형 백제시대 집터에서는 높이와 아가리 및 몸통 지름이 각각 ▲86 x 64 x 64㎝ ▲88 x 64 x 68㎝ ▲91 x 61 x 61㎝에 이르는 대옹 3점이 한꺼번에 출토됐다.

자작리 출토품과 비교해 풍납토성 경당지구 대옹은 키가 2-7㎝ 가량 작지만, 입지름은 지금껏 발굴된 백제시대 대옹 중 단연 최대를 자랑한다.

같은 경당지구 유적 중 길이 13.5m, 폭 5.2m, 깊이 2.4m 이상 되는 대형 구덩이인 9호 유구에서 파편 상태로 출토되었다가 완형으로 복원된 시루 또한 '덩치'가 만만치 않다. 입지름 47㎝에 이르는 이 대형 시루는 양쪽에 길쭉한 손잡이가 달렸으며, 그 바닥에는 한가운데 마련한 둥근 구멍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둘러가며 반달 모양 구멍 4개를 뚫어 놓음으로써 그 기능이 시루였음을 명백히 한다. 이처럼 큰 시루 또한 삼국시대 유적에서는 보기 드물다.

풍납토성 이전 한신대박물관이 손댄 유적 중에는 1995-96년에 조사한 경기 용인 풍덕천동 수지(水枝) 백제 마을유적이 주목을 끈다. 신봉천이 형성한 선상지에 자리한 이 마을 유적에서는 움집터 6기와 대소형 구덩이 12곳 등이 발굴됐다.

4-5세기 백제인이 남긴 이 유적 중 한 곳에서 발견된 타원형 토기 내부에는 쇳물을 부어 만든 주조(鑄造) 괭이와 꺾쇠 등 22점에 이르는 각종 철기가 그득히 담겨 있었다.

16년에 이르는 한신대박물관의 역사에서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일은 2002년 7-11월 조사한 화성 천전리 청동기시대 마을 유적. 수원에서 화성 남양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84호선 확포장 구간에 포함된 이 유적 조사 결과 청동기시대 집터 12곳이 드러났는데 그 중 하나는 청동기시대 전기에 해당하는 평면 긴 네모꼴로 길이가 무려 29.1m(너비 4m, 면적 116.4㎡)에 이르렀다.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청동기시대 집터 중 가장 길다.

나아가 이 천전리 유적에서는 청동기시대 후기에 속하는 이른바 송국리형 집터가 2곳 발견되어 고고학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 이전까지 송국리형 집자리는 서울과 경기지역에는 분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신대박물관(관장 이남규)이 이런 조사활동을 중심으로 박물관이 걸어온 길을 '한신고고학 발굴 16년'이라는 도록으로 최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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