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古學

풍납토성, 1800년 전 백제 첫 왕성 맞다

吾心竹--오심죽-- 2009. 3. 30. 13:08

“” [중앙일보]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팀 발표 … 궁전·제사시설 갖춰















송파구 풍납동 197번지, 동서 너비 16m의 초대형 건물터. 궁전·종묘 구역으로 추정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도성은 짜임새 있게 구획돼 있었다. AD 200년 무렵에 이미 궁전, 제사시설, 고급관원 거주지를 갖췄다. 궁전에 연못으로 정원을 꾸몄고, 도성 주변에는 도로도 닦았다. 한강 범람 피해를 막을 토성과 제방도 쌓았다. 1997년부터 본격 발굴된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의 1800년 전 모습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신희권 서울중부권 문화유산조사단장은 13일 서울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풍납토성은 백제 한성시대의 첫 왕성인 ‘하남위례성’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풍납토성 발굴 10년을 맞아 ‘풍납토성, 500년 백제왕도의 비전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열린 학술대회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신 단장은 왕성의 요건으로 궁전·제사유적·관청·도로·조경·성벽 등 6가지를 들며 “풍납토성은 이 요건을 두루 갖춘 백제 왕성”이라고 강조했다. 200년 무렵으로 추정한 근거로는 상층에 묻혀 있던 유구들이 3세기 전후의 것이므로 왕성터는 이보다 시기적으로 앞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결과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발굴지는 크게 궁전 제사터, 왕궁 조경 유적으로 추정되는 연못터, 고급관원들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육각형의 집터로 나뉜다. 중심부에서는 주거지·저장공·폐기장 등 220기의 유구가 확인됐다. 신 단장은 “백제는 이미 AD 200년에 고대국가의 면모를 확립했다”며 “지금껏 국내에서 발견된 왕성터 중 가장 오랜 것으로 몽촌토성이 축조된 3세기 중·후반엔 한성백제는 전성기에 이른다”고 말했다.

 ◆사유재산권 제한 갈등=풍납동 일대는 현재 대규모 주거지다. 잠실 주변의 재건축으로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올랐다. 때문에 주민들은 문화재 보호로 인해 사유재산권 행사가 제한된다며 불만이다. 학계에서도 고민 중이다. 지금처럼 마냥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어둘 수도 없거니와, 관광자원화 같은 대안도 주민들의 개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1960년대 첫 발견에 참여했던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기조발표에서 “급속한 도시화로 송파구 일대의 백제 유적이 조사도 없이 사라진 시점에 풍납토성이 남아있는 것은 천행”이라며 “국가와 지자체의 적절한 보상 등 주민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풍납토성=한성 도읍기 백제의 왕성 후보지인 풍납토성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64년이다. 당시 서울대 김원룡 교수가 시굴 조사해 초기 백제의 중요한 유적임을 알 수 있는 유물을 수습했다. 이후 보존대책 없이 방치되면서 주택지구로 변모했다.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97년 1월. 선문대 이형구 교수가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잠입해 백제 토기 파편이 대거 출토되는 장면을 목격해 당국에 신고하면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