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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이호승기자...2011.1.3]
한나라당 고흥길(성남 분당갑) 의원실의 장석영(46·사진) 보좌관이
3일 국회사무처 시무식에서 공무원에게 최고영예인 근정포장을 수상한다.
장 보좌관은 국회 최장수 여성 보좌관이며,
근정포장 수상은 교섭단체 보좌진으로서는 최초다.
장 보좌관은 지난 1988년 12대 국회 정선호 의원실에서 보좌진 생활을 시작해
현재까지 올해로 23년째 근무중이며,
2002년 국회사무총장 표창, 2009년 국회의장 표창,
2010년 국회의장 공로패를 수상한 바 있다.
[정치]전문 보좌관 20년, 여의도 ‘의정전설’
2010 08/10ㅣ위클리경향 887호
ㆍ‘한국 정치사 산증인’ 국회 장기경력 의원보좌관 4명 감사패
7월 15일 박희태 국회의장은 국회 장기 출입기자와 의원 보좌진에 대해 감사패를 수여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눈길을 끈 이는 20년 이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보좌관 4명이다. 최인기 민주당 의원실의 고영대 보좌관은 24년 11개월,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실의 장석영 보좌관은 22년 5개월, 이낙연 민주당 의원실의 최충규 보좌관은 21년 11개월, 윤석용 한나라당 의원실 임춘건 보좌관은 20년 5개월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년(5선) 이상 국회의원이 11명인데,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보좌관이 더 적은 셈이다. 20년 이상 보좌관 생활을 지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방증한다.
이들은 어떻게 국회에서 20년 동안 보좌관을 천직으로 여기고 일하게 된 것일까. 장석영·최충규·임춘건 보좌관을 만나 국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 보좌관으로서 20년 경력을 채운 장석영 보좌관은 9급 비서로 시작해 4급 보좌관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국회에 처음 들어온 때가 1986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이다. 장 보좌관은 민정당 시절 당 여론조사를 주도한 정선호 전 의원을 만나면서 국회에 들어왔다. 정 전 의원은 여론조사를 위해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찾다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IBM 딜러 회사에 다녔던 장 보좌관을 만났다. 1986년 당시 전체 국회의원실 중 컴퓨터가 있는 방은 단 두 곳. 컴퓨터가 그만큼 희귀했던 시절이다.
“당시 정 전 의원실 인원이 다 차서 어쩔 수 없이 9급으로 들어왔다. 국회에 들어온 후 바로 13대 총선을 치렀는데, 정 전 의원은 낙선했다. 그때 내가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전국구였던 서상목 전 의원이 6급 비서직을 제안해서 그 방으로 갔다.”
“3당합당 첫 대상은 김대중 평민당”
서 전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3선 의원이다. 서 전 의원은 세풍사건에 연류되어 의원직을 내놓았고, 당시 초선이던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이 장 보좌관을 눈여겨 보고 스카우트 했다. 고 의원은 현재 3선 의원인데, 장 보좌관은 “고 의원이 4선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보좌관 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장 보좌관은 지역구 관리에 정통하다고 소문이 났다. 그동안 경험한 선거만 20여 회. 지금은 국회의원 지역구를 혼자 책임질 정도로 노하우가 쌓였다. 여러 의원들이 탐을 낼 정도로 일에 빠져 사는 보좌관이다. 둘째를 출산했을 당시 1997년 대선과 맞물려 2주만 쉬고 선거사무실에 출근한 일은 보좌관들 사이에 여전히 회자되는 사건이다. “둘째 애에게 모유를 주지 못한 것이 여전히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다. 직접 정치를 하라는 제안도 몇 번 받았다. 그때마다 의원을 보좌하는 일보다 더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거절했다. 보좌관 직을 천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최충규 보좌관은 그동안 2명의 의원을 보좌했다. 3선의 조순승 전 의원과 3선의 이낙연 의원이다. 조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교통일 분야를 담당했던 브레인이다. 미국 미주리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교수로 일하던 조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받고 한국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석학이다. 최 보좌관은 정치학을 전공한 후 현실정치를 경험해보고 싶었고, 조 전 의원이 낸 보좌관 모집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다.
최 보좌관은 평민당 시절이 가장 좋았다고 회고한다. 야당 의원 보좌관으로 생활했지만, 가장 치열하고 재미있던 시절이다. 5공 청문회, 국정감사 부활 등 매 순간이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했던 때다. 최 보좌관은 민정당의 3당 합당 뒷 이야기를 전해줬다.
“평민당 시절은 정말 대단했다. 박정희 정권이 없앴던 국정감사가 부활할 정도로 야당의 힘이 강했던 때다. 자료 요청을 하면 모든 기관에서 적극 협조할 정도였다. 지금은 야당이 기관에 자료를 요청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때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노태우 정권이 여소야대 상황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다. 그래서 3당 합당을 추진한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합당 대상으로 처음 선택한 이는 YS가 아니라 DJ의 평민당이었다. 그 역할을 박철언 전 장관이 맡았다.”
당시 최 보좌관이 경험했던 국회는 파란만장한 일들이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었다.
임춘건 보좌관이 처음 만난 정치인은 5선을 지냈던 서정화 전 의원이다. 1989년 석사를 마친 후 대학교 부설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다가 교수의 권유로 민정당 국책연구소로 자리를 옮겼고, 3당 합당 후 당헌당규 개정작업을 맡았다. 그곳에서 서 전 의원의 눈에 띄어 보좌관 생활을 시작했다.
초선의원 시절부터 동반자로 인정
그가 보좌관 생활을 계속 해야 하나 하고 고민했던 시기는 한 번. 이회창 대통령 후보 시절 밤을 새워가면서 정국 운영 방안을 만들던 때다. 이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서 낙선하면서 학교로 돌아갈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했다. 그때 집권하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있다. 그가 20년 동안 보좌관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정책보좌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7월 15일 박희태 국회의장은 장기 출입기자와 보좌진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행사를 열었다. |국회 사무처 제공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보좌관의 공통점은 초선 의원 시절부터 함께 했다는 것. 의원과 보좌관 사이에 끈끈한 믿음이 있었고, 동반자로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최 보좌관은 “299명의 의원 사무실은 각기 다른 오너를 가지고 있는 회사와 같다. 어떤 오너를 만나느냐에 따라 보좌관의 생활이 달라진다. 의원에게 인간적인 모멸감을 받아서 그만두는 후배 보좌관도 많이 봤다. 의원과 보좌관의 궁합이 어떠냐에 따라 보좌관의 생활이 달라진다. 나는 좋은 의원을 만나서 지금까지 계속 국회에 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보좌관의 매력을 “약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보좌관은 “보좌관이라고 해서 특별한 권한은 없다. 다만 행정 시스템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어려운 일을 당한 민원인에게 담당 공무원이 누구이고,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만 알려줘도 큰 도움이 된다. 힘이 약한 민원인에게 도움을 주고 어려운 일을 해결했을 때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국회의 변화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타협과 논의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몸싸움으로 해결하려는 모습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아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임 보좌관은 “과거에 비해 여야의 타협과 논의가 갈수록 실종되는 것 같아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장 보좌관도 “예전에는 당 지도부가 어떤 민감한 사안이라도 조정 가능했던 것 같다. 지금은 싸우지 않아도 될 사안을 두고 여야가 목숨 걸고 싸운다. 여야에 어른이 없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보좌관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이들은 “전문성을 먼저 키워라”고 조언했다.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가 과거에 비해 훨씬 젊어졌고, 경력이 쌓인 보좌관보다 나이가 젊은 국회의원도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가 들어도 보좌관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는 전문성이다. 보좌관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의원은 청문회 스타가 되거나, 국정감사 현장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능력을 인정받은 보좌관은 의원이 낙선해도 다른 의원실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된다. 최 보좌관은 “보좌관은 전문직이지만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 보좌관이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지 못하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주간경향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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