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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발원지

吾心竹--오심죽-- 2011. 3. 16. 14:46

강 발원지

 

 

 

2010년 10월 08일 (금) 이광식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은 수미산(須彌山)이다. 이 산의 중턱에는 사천왕, 꼭대기에는 제석천(帝釋天)이 살며, 해와 달이 수미산의 허리를 돌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오늘날 수미산은 상상의 산이 아니다. 티베트 서북부 고원에 솟아 있는 해발 6714m의 카일라스(Kailas)산이 그곳이다.

 

중국에서 쿤룬산(崑崙山·곤륜산)이라 부르는 카일라스산 등 히말라야의 여러 산을 오르다 보면 여행객들은 어김없이 서낭당 같은 곳에서 오색 깃발과 경문이 적힌 천인 ‘타루초’를 만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은 신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마다 이런 제단을 만들어 놓고 길을 떠날 때마다 기도를 올린다.

 

한반도에 이와 비슷한 산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태백산이다. 골짜기 곳곳에 산을 믿는 사람들이 신단을 차려 놓고 머리를 조아리며 비는 장면을 흔히 만나게 된다. 이런 모양이 얼마나 많으면 ‘당골’이란 지명이 다 있겠는가. 히말라야의 카일라스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성스러운 태백산에서 대지를 적시는 물이 시작된다는 사실은 의미 깊다.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엔 오대산 우통수(于筒水)를 남한강 발원지로 보고 있지만, 태백시 금대산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다는 게 요즘의 정설이다.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산 가는 길목인 태백시 화전동 천의봉 동쪽 계곡이다.

 

예전엔 강의 발원지 설정에 상류 어느 지역의 역사성, 사회 문화적 사건, 위엄이나 위용, 신비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우통수는 신라가 정치적으로 혼란할 때 오대산 서대의 수정암에 보질도태자와 효명태자가 숨어들어 매일 아침 부처님께 그 물로 차를 달여 공양한 곳이다. 우통수에 비해 검룡소나 천의봉 계곡엔 인간의 얘기가 부족하다. 그리하여 최근 한강 낙동강 오십천 등 태백시의 강 발원지를 대상으로 하여 문화제 개최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세느강 발원지는 파리에서 231㎞ 떨어진 타셀로산이다. 그 계곡 ‘세느’라는 이름을 갖게 한 샘에 ‘세쿠아나(Sequana)’라는 여신의 조각상이 세워져 신성시되고 있다. 모름지기 이렇게 사람의 역사(役事)로 옷을 입혀야 자연에 문화와 역사(歷史)가 만들어진다.

 

이광식 논설위원

misan@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