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古學

'잔국'과 ‘백잔’의 진짜 이름에 대한 고찰

吾心竹--오심죽-- 2009. 3. 30. 13:40

- '잔국'과 ‘백잔’의 진짜 이름에 대한 고찰

‘잔’과 ‘백잔’이 고구려가 장수왕 당시의 백제를 보고 붙인 명칭이고, ‘한’과 ‘한예’가 고구려나 후한 같은 외국인들이 즐겨 부른 명칭이었다면, 이 왕조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마지막으로 이 문제를 확실하게 해명하고 넘어가자.

얼핏 보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답은 있다.「비문」은「백제본기」에 나오는 한성백제를 “백잔(百殘)”이라고 부른다. 첫머리가 “백(百)”으로 시작되는 어느 나라의 “잔여 세력”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단 그 나라의 이름이 ‘백(百)’으로 시작된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아가「백제본기」시조 온조왕 조에 실린 <이설(異說)>에는 “백제(百濟)의 시조(始祖)는 비류왕(沸流王)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므로, 그가 세운 나라의 이름이 “백제(百濟)”임을 알 수 있다. 이 기록은 한성백제가 “백(百)”자로 시작되는 어느 나라의 ‘잔여세력’이라는「비문」의 기록과 똑부러지게 맞아떨어진다.

게다가「백제본기」에 따르면, 온조는 처음에는 나라 이름을 “십제(十濟)”라고 지었다가, 비류가 죽은 다음(‘비류가 세운 나라가 무너진 다음’이라고 풀이해야 한다) 그를 따르는 세력이 자신에게로 오자(비류가 세운 나라의 유민들이 한성백제로 몰려들자), 기뻐하며 나라 이름을 “백제(百濟)”로 고쳤다고 하므로, “백제”는 온조왕의 나라 이름이 아닌 비류왕의 나라 이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한예”가 무너지기 전에 쓰여진『삼국지』「한전」에 나오는 ‘백제국伯濟國’은 온조왕이 세운 한성백제가 아니며, 그의 나라는 ‘십제’와 발음이 같은 한자를 쓰는 다른 ‘국國’의 명칭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성백제는 처음에는 백제가 아닌 다른 이름을 쓰다가, 잔국이 무너지자 그 나라의 이름을 빌려 쓰고 옛 잔국의 유민들을 흡수하면서 ‘백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백제’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김성호 박사는 나라를 세운 이의 이름을 따서 “잔국”을 ‘비류백제’로 부르자고 주장하고, 김상 교수(일도안사 님)는 옛 기록에 “잔국”이 ‘삼한’으로도 나오고 ‘백제’로도 나오며 한 때는 ‘삼한’이라고 불리는 모든 지역(한강 이남)을 다스렸기 때문에 ‘삼한백제(三韓百濟)’라고 부르는 편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나는 나라는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 여겨 후자의 제안을 따라 ‘잔국’의 이름을 ‘삼한백제’라 부르려고 한다.